작성자 김형주
작성일 2012-03-09 (금)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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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신문기자의 고백
 
지금으로부터 4년 전 가을에 있었던 일이다. 자신을 모 일간지 기자라고 밝힌 한 남자가 내가 번역한 ‘정직한 글쓰기(멘토르, 2008)’를 보고 도움을 요청한다고 전화를 했다. 그 후로 몇 통의 전화와 메일을 받았는데, 그때 전해들은 통화 내용과 메일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논문을 쓸 당시에는 전혀 몰랐는데 막상 학위를 받고 한참의 시간이 흘러, 지금 와서 보니까 제 논문에 오탈자를 비롯하여 인용 표지와 출처마저 빠진 부분이 많더군요. 결과적으로 저도 모르게 논문을 표절한 셈이 되어버렸는데, 저처럼 표절 의도가 전혀 없이 표절한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변명 같겠지만 제가 논문을 제출할 때만 해도 표절이 뭔지도 몰랐고, 논문작성법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운 적도 없어서 그런 문제가 생긴 것인데, 늦었지만 지금에라도 문제를 바로잡고 싶습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국회도서관에서는 개인적으로 논문을 수정하여 제출하면 수정된 논문을 받아주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학교 당국에서는 수정된 논문을 공식적으로 인준해 주기 어렵다고 하네요. 논문심사를 맡았던 지도교수와 심사위원의 입장 때문인지 최악의 경우에는 학위가 취소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솔직히 제 논문이 좋은 논문은 아니지만, 정직한 논문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은데 해외의 구체적인 사례를 알려주신다면 바로 수정을 하고 싶습니다. NGO 단체에도 도움을 청해봤는데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서 이렇게 부탁을 드립니다.”

그의 사정이 하도 딱해서 표절 연구 분야의 권위자이자 ‘Doing Honest Work in College’를 쓴 시카고 대학의 찰스 립슨(Charles Lipson) 교수에게 자문을 구하는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이런 답장을 받았다.

“The questions you ask are difficult ones, and there are no standard answers. In general, when a degree is awarded on the basis of work that is later found to include plagiarism, the university itself determines whether or not the degree should be revoked or whether the student will be allowed to make modifications. Normally, when an article or book has been published and is later found to contain plagiarism, a public apology is demanded by the publisher (or journal), along with proper credit being given to the material that was wrongly used. The book publisher or journal makes its own choice about whether to publish a revised and corrected version, but it is relatively uncommon to publish a corrected version.”

결국 모든 것은 대학의 결정에 달렸다는 말인데, 새학기를 맡아 학생들에게 리포트 작성 요령을 설명하다가 문득 그때의 일이 떠올랐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모두의 잘못이라는 점에서 이 문제야말로 사회적인 논의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뒤로 기자에게서는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렇게 4년이 흐른 지금,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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